도검난무/글

과보호 받는 카슈(사니챈 리퀘)

시라데유 2020. 3. 16. 18:58

평소에는 곧잘 잊고는 하지만 카슈 키요미츠는 사니와의 초기도였다. 처음부터 있었던 만큼 가장 빠르게 강해진 것도 그였고, 가장 먼저 할 일이 없어진 것도 그였다. 카슈 키요미츠는 서운했지만 이해했다. 혼마루는 단 한자루로는 운영 될 수 없다. 여러 도종의 여러 도검을 키워내야 하니 이미 한계까지 강해진 카슈 키요미츠는 출진기회를 다른 도검들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축 쳐져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출진하지 않더라도 혼마루에는 할일이 많았다. 밭이나 말을 돌보거나, 어딘가의 새하얀 남사가 혼마루를 놀라움으로 헤집는 걸 수습하거나, 사니와가 수리하는 걸 거든다거나.

카슈 오늘도 고마워! 수고했어!

하고 사니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오늘도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정말 충분했다.

그러니까 오늘의 출진은 카슈 키요미츠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야 카슈 키요미츠는 싸우기 위해 현현했고 언제까지 출진을 쉬지는 않겠지만 어느순간 부터 출진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다.

잊고 있었다고 해도 출진은 두근거리는 일이다. 카슈는 괜시리 잘 손질되어 반짝거리는 본체를 만지작 거렸다. 출진 멤버를 보아하니 어떤 전술을 펼치려는 지도 감이 왔다. 그야 카슈 키요미츠는 사니와가 전술을 구상할 때에도 옆에 있었으니 말이다.

부대장으로써 게이트앞에 서서 사니와에게 인사하고 출진지로 향했다. 멋지고 귀엽게 활약할테니까 잘 봐줘!

오늘의 카슈 키요미츠는 물만난 고기처럼 활개쳤다. 카슈의 위로 벚꽃잎이 휘날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껏 신난 카슈 키요미츠가 방심해 마지막에 다달아 부상을 입은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뭐, 창은 어쩔 수 없지. 고작 경상이잖아.

마지막을 조금 망쳤지만 오늘의 카슈 키요미츠는 정말 멋있었다, 고 스스로 생각했다. 부대원들에게 돌아가자고 이야기 한 뒤 카슈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게이트를 넘었다.

다들 수고했어! 카슈도!

마중나온 사니와가 환하게 웃었다. 오늘 카슈와 부대원들이 얼마나 현명하고 멋지게 싸웠는지 늘어 놓던 사니와가 갑자기 멈춰섰다.

어라, 카슈 혹시 다쳤어?!
아, 조금 긁혔-
뭐? 다쳤다고? 언제?
마지막에 나온 창에 살짝

카슈는 경상이니까 그렇게까지 흥분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지만 사니와와 부대원들은 호들갑을 떨며 카슈를 끌고 수리실로 직행했다.

나참 너무 과보호 아니야?
우리가 막 현현 됬을때 당신이 보인 반응이 더 심했습니다.
음.

카슈는 머슥하게 입을 닫았다. 그건 그렇지만.

별거아닌 상처를 두고 옹기종기 앉아 치료하고 있으니 카슈 키요미츠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호마레 땄을 때 날린 벚꽃잎을 삼켜버린거 아닐까. 뱃속에 꽃이 피어버렸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