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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썰)

림버스 4장과 '날개' 를 대치해보는 뻘글

by 시라데유 2023. 6. 16.

*** 당연하게도 림버스 4장과 날개의 내용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




날개에는 여러 해석이 있고, 그 해석을 반영시키려고 여기저기에 요소를 산개 시킨 것 같다. 이게 대전재다.

기억나는 대로 쓰고 있기에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우선, 우리가 처음에 만난 이상은 원작 시점에서 따지면 아스피린이 아달린인 걸 알고 밖으로 나와서 헤메던 시점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전, 이상이 머물던 곳이 화자와 연심의 집이 될 것이다.

-구인회
구인회에서 이상은 기술들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즐거워한다. 소설에서 화자가 작은 유희를 즐기는 곳은 아내인 연심의 방이다. 그러므로 구인회 = 연심의 방으로 대치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구인회에 소속된 이들은 화자, 또는 연심의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인회 자체는 '연심'에 가깝다고 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구인회에 소속된... 적어도 동랑, 동백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상, 이 셋은 화자의 롤도 같이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셋은 화자가 연심의 방에서 화자가 가지고 놀던 화장품(약품), 돋보기(종이그슬리기), 거울을 하나씩 기술로써 나눠가지게 된다.

림버스는 이 세명의 화자를 데리고 '날자꾸나' 이후 화자가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해석의 갈래를 대조해줬다고 본다.

동랑은 구인회(연심)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결국 자신을 보듬어 주는 것 역시 그 그늘이라고 깨닫고,

동백은 구인회(연심)을 그리워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이상은 구인회(연심)을 추억하면서도 결국 품에 안고 날아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동시에 처음에 말했듯이 구인회는 연심의 롤을 가지고 있다. 구인회는 유지하는데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때 연심(히스역 멤버) 금전적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외부인을 끌어들이게 된다. 소설에서는 은화가 중요한 키워드로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은화, 즉 화폐는 집 밖의 세상과 교류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소설 속 화자는 아내가 주는 은화에 별 가치를 못 느끼고 쌓아두기만 하고 (이상) 아내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도 잘 모른다(동백).

화자 역 셋중에서는 화자(이상, 동백)를 연심의 방(구인회)으로 불러들임(동랑)으로써 동랑이 다른 둘보다 좀 더 연심의 롤을 많이 부여 받게 된다. 그래서 동랑은 둘보다 먼저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다.

- 외부인들

구인회에 인파가 몰려든다. 이는 구인회에 속한 이들이 바깥과 교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소설로 치면 화자가 외출을 나다니던 시기즈음 될 것이다. 나는 소설에서 두 인물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이 건이 계기라고 생각한다. 좀 더 친근해진 아내와의 생활과 좀 더 북적해진 구인회가 대치된다.

소설에서, 화자는 바깥을 무리하게 돌아다니다가 감기에 들고, 화자를 보살피느라 일하지 못하게 된 아내가 수면제를 줌(화자로써는 배신일것이다)으로써 관계파탄이 시작된다.

구인회가 받은 주목 역시 감기 (T사)를 불러오게 되고, 역시 관계가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연심의 역으로 넘어간 동랑이 배신하고, 화자(주로 동백, 이상)는 이에 대한 충격을 받는다. 이때 분노는 동백이 화자가 가진 아내에 대한 믿고 싶은 마음은 이상이 나눠 가지게 된다.

- 새로운 구인회

구인회가 와해된 후 즈음 부터는 연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화자를 억압하는 역할과 화자의 애정대상. 순서대로 구보와 연심(상이)이다.

N사의 하얀방은 소설로 치면 벽장뒤...그러니까 화자의 방 정도 될 것이다. 화자(이상)은 연심(구보)이 주는 약을 먹으며 연심(상이)만 있으면 된다며 예전처럼 틀어박힌 생활을 하게 된다.

연심의 역할이 둘로 분리됨으로써 화자가 연심을 벗어날 계기가 되는 수면제 상자의 발견은 대신 상이의 발언으로 바뀌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럼 역으로 소설 속 연심이 부러 화자가 벗어날 기회를 주려고 수면제를 책상위에 둔 것이라고 해석한건가 싶어 맘에든다)

결국 화자(이상)는 연심(구보,상이)을 두고 자신의 방(N사)을 벗어나 다시 밖으로 나선다.

- 0장 ~ 4장

여기까지 와야 우리가 이상을 처음만난 시점이 된다. 소설로치면 아내가 수면제를 먹인 것에 충격받아 밖으로 나와있는 시점이다. 화자는 고민하다 다시 집에 들어가아내를 찾지만 림버스에서야 그럴 수가 없다.

그럼에도 화자(이상)은 연심(구보, 동랑, 동백)을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연심의 반응을 세가지로 해석해서 보여준다.

이제 화자와는 선을 긋고 제 길을 가거나(구보) 혹은 그의 자리를 남겨두거나 (동랑) 소설에서 다짜고짜 덮쳐 물어뜯었듯 황금가지를 쑤셔넣거나(동백) 말이다.

그런뒤에야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미쓰바시 옥상...K사의 관상실에 오게 된다. 동백과 동랑은 이제 화자의 롤에서 벗어났지만, 황금가지로 인해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다시 화자 역으로 돌아온 동백과 동랑은 미처 날지-피지 못한채 꺾이고 (소설의 끝이 죽음이라고 추측하는 해석의 반영이 아닐까) 홀로 남은 화자(이상)은 새롭게 의지를 다진다 (이쪽은 소설의 끝이 희망적이라고 추측하는 해석일 것이다)


덧붙여 추가적인 헛소리

이상의 입장에서만 썼는데 동랑과 동백입장에서도 구인회는 연심의 롤을 가지고 있으므로 둘에게는 이상 역시 연심의 역할을 했을듯.. 모두가 화자인 동시에 연심이었기에 서로 닮은 꼴인... 거울상인 것이다.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으로 날개와 림버스의 이상의 이야기를 비교해 대치하기를 마치겠다. 부디 시간때우기라도 되었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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