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당번들이 모여 나란히 옷을 개던 중 돌연 히자마루가 입을 열었다.
"주인, 혹시 잊은 것 없나"
"으음..잊은거?"
사니와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잊은 것...잊은 것...
"잘 모르겠는데."
"오늘 토모에가타 나기나타를 수행보낸다더니 18시간짜리 원정을 보냈길래. 예정이 바뀐 거라면 됬다."
"아. 이런, 잊고있었네. 그럼 돌아오면 보내자, 히자마루는 기억력이 좋네"
히자마루는 착잡한 표정으로 사니와를 내려보았다.
"내가 좋은게 아니라...그래... 내 이름은 안 잊으니 되었다."
"확실히 주인은 히자마루의 이름은 틀린적 없지"
옆에서 야마토노카미의 옷을 대충 갠 후 자기 옷을 각잡아 개고있던 카슈가 삐죽였다.
"내 이름은 한참 헤멨는데 말야"
"그랬었지, 킷코"
"시끄럽다. 도키사다"
초창기 사니와가 잘못 불렀던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난 첫 단도로 나온게 타이코가네 사다무네라서 헷갈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타이코가네쪽은 아예 이름 기억도 못했지"
"이름은 둘째치고 도종도 기억못했지"
카슈의 말에 타이코가네가 덧붙였다.
"'그러니까...파란머리의....그...뭐더라' 였잖아."
"어라, 첫 단도 아키타 아니었어?"
하하 웃으며 대화를 듣던 사니와가 의문을 표했다. 옆에 있던 도검들이 타이코가네의 등을 두어번 토닥이고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센고 무라마사는 츠루마루였던가"
"츠루마루는 하얗다길래 말야"
도키사다-아니, 도다누키의 말에 사니와가 부연하자 히자마루의 착잡한 시선이 진해졌다. 카슈가 태클을 걸어왔다.
"센고는 그다지 하얗지도 않잖아?"
"으음 그런가아, 뭐 사소한건 그냥 넘어가지 그래. 지금은 알잖니"
카슈는 못미더운 눈으로 사니와를 흘겼다.
"그럼 얼마전에 단도한 천하오검이름은?"
"오니키리마루"
"그건 형님이다."
"에...그러니...그럼 오니기리마루인가"
순식간에 주먹밥이 되어버린 오니마루에게 묵념을.
"오니마루다 주인..."
"하하, 뭐어 비슷했네"
도검들의 짜식은 눈빛을 한몸에 받으며 사니와는 딴청을 피웠다.
"그래도 히자마루처럼 동생 이름을 계속 잊지는 않아?"
"형님은 히게키리다"
"이런."
"이쯤되면 궁금한데. 주인, 히자마루는 어떻게 한번에 기억한거야?"
어느새 제 몫의 빨래더미를 전부 다 갠 카슈가 팔짱을 꼈다. 사니와는 그러니까...하고 말을 흐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연련장에서 히자마루랑 히자마루의 형을 봤는데, 형쪽이 자꾸 이름을 틀려서 너무하네- 원래는 뭐지- 하고 알아봤다가?"
어기저기서 어이없어하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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