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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난무/글

소원권으로 쓴 헤시사니 썰

by 시라데유 2020. 8. 17.

그건 테이레실에서 있었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였다. 테이레 도중에는 필연적으로 남사와 사니와 단 둘이 한 공간에 남게되었고, 이때만큼 서로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때도 없었다. 하세베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부상을 당해 주군께 폐를 끼칠 수는 없었음으로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세베는 다른 도검들보다 늦게 현현된 편이었고, 먼저 현현한 남사들과 함께 출진하다보니 부상과는 연이 도통 없었다. 그러다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중상을 입게 되었다.

하세베는 처음 들어와 본 테이레실을 생경한 느낌으로 둘러보았다. 어색했다. 뒤늦게 들어온 사니와가 앉아서 기다리지 그랬냐고 가볍게 타박했다. 하세베가 "주군이 오시질 않았는데 풀어져있을 수는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니 사니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주명이에요. 다음부터는 편하게 기다릴 것"

하세베는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하지만'을 집어삼켰다.조금 뚱한 표정이 되어 "주명이시라면" 하고 대답하니 그게 어디가 웃긴건지 사니와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하세베는 본체를 자신의 주군에게 맡기고, 부상자를 위해 준비된 이불에 앉아-차마 누울 수는 없었다- 주군이 하는 일을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사니와는 그게 쑥쓰러운 듯 했지만 능숙하게 테이레를 시작했다.

어느덧 테이레가 끝나갈 무렵에, 사니와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하세베의 검집을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야기...말인가요?"
"그리스 로마신화중 하나인데, 후후. 궁금한가요?"

실제로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사니와가 즐거워 보였기에 하세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주시겠습니까?"
"아킬레우스란 영웅은 아기일때 스틱스강에 담궈져 불사신이되었는데,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다고해요."
"약점이요"
"발목만은 손으로 붙잡고 있어서 강에 잠기지 않았던거죠"
"그래서 그 부분이 약점이 된거군요."
"하세베의 검집은 아랫 부분만 황금에 담갔다 뺀 것처럼 생겼으니까요. 하세베에게도 있을까요? 그런 유일하고 치명적인 약점."
"그야..."

하세베는 사니와가 장난스럽고 기대를 담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미 알고계시면서, 짓궂으십니다"

그 대답에 사니와가 즐겁게 웃자 하세베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웃는 소리에 문밖에 있던 남사가 무슨 일인가 싶어 노크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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